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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 좀더 수퍼마켓에 관한 스페인어를 살펴 본다. 사람은 하루 세끼를 먹고 살아야 하므로 수퍼마켓이야말로 가장 생활에 밀접한 곳이다. 주로 남미의 수퍼마켓 상품을 중심으로 알아 본다.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쌀(Arroz, 아로스)은 끈기가 있는 쌀과 끈기없이 쌀알이 길쭉하면서 흩어지는 쌀 두 종류가 있는데 이나라 사람들은 흩어지는 쌀을 주로 먹는다. 한국에서 먹는 끈기있는 쌀은 미국산 쌀이 수입되는데 일반 수퍼마켓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한 귀퉁이에 몇봉지 진열되어 있을 뿐이다. 5파운드(약2.3키로)의 작은 포장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느 회사로부터 수입된다. 이 쌀은 5파운드 짜리가 약 8달러 하는데 끈기없는 쌀은 이 보다 한참 싸다. 돈을 절약하려면 끈기 있는 쌀에 끈기없는 쌀을 약간 섞어서 먹어도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쌀에 섞어 먹는 잡곡 중 콩은 종류에 따라 Haba, Judia, Soya(아바, 후디아, 쏘야) 등으로 불리는데 상하기 쉬우므로 냉동해 놓고 먹으면 좋다. 또 이 나라에서만 생산되는 특산잡곡으로 Quinoa(끼노아)라는 좁쌀같이 생긴 것이 있는데 단백질이 풍부하여 두뇌나 성인병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극성 엄마들이 수험생들 영약식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남미에서는 어디서나 매우 싸므로 이곳에 있는 동안 많이 드시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고추는 없지만, 이 곳에도 빨간 고추(Aji rojo, 아히 로호), 파란 고추(Aji verde, 아히 베르데)가 있어 김치담글 때나 된장찌개 끓일 때 사용할 수 있는데 무지 맵다. 후추는 고추와 이름이 비슷해서 혼동되는데 Pimienta(삐미엔따)라고 한다. 색깔이 연한 것과 진한 것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후추는 검은 색이 많은 것으로 Pimienta negra(삐미엔따 네그라)를 사면 된다. 마늘은 Ajo(아호)로 비슷비슷하다. 여기서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스페인어에서 형용사는 일반적으로 명사의 뒤에 온다. 그리고 형용사는 꾸며주는 앞의 명사의 성에 따라 남성명사일 때는 어미가 o, 여성명사일 때는 어미가 a로 바뀐다. 주요 색깔에 관한 형용사를 정리해 보면 빨간(Rojo, 로호), 파란(Azul, 아쑬), 노란(Amarillo, 아마리요 또는 아마리죠), 초록(Verde, 베르데), 하얀(Blanco, 블랑꼬), 검은(Negro, 네그로) 등인데 이정도는 암기해 놓는게 좋다.
색깔이 나와서 말인데 와인(Vino, 비노)은 백포도주를 Vino blanco(비노 블랑꼬) 라고 하지만 적포도주는 Vino rojo 라 하지 않고 Vino tinto(비노 띤또)라고 한다. Tinto는 색깔이 있는, 유색의, 착색한 등의 뜻이다. 나중에 미용실 편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머리를 염색하는 것을 Tintura(띤뚜라)라고 한다.
술 이야기를 좀더 하자면, 맥주(Cerveza, 쎄르베사)는 자국산과 수입산이 있는데 가격 차이가 두세배 된다. 또 특징적인 것은 대부분 병맥주이고 알루미늄 캔 맥주는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위스키도 대부분 수입산이어서 우리나라선 수퍼에서 2-3만원하는 싸구려 위스키들이 거의 40-50달러 한다. 물론, 싸구려 현지 위스키도 판매되고 있지만, 별로 권하고 싶진 않다. 또 특징적인 것은 남미에서 에콰도르 등 일요일에 술을 팔지 않는 나라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에콰도르의 경우는 수퍼마켓은 물론, 구멍가게, 레스토랑, 맥주집 등에서 전혀 술을 팔수 없다. 그리고 술먹고 노상에서 헤롱대면 감옥에 갈 수 있다.
설탕(Azucar, 아수까르)과 소금(Sal, 쌀)은 겉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름을 알아 두는게 좋다. 수퍼마켓에는 우리가 흔히 보지 못했던 많은 과일(Fruta)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 이름들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통에 만오천원이나 이만원정도 할 큰 수박(Sandia, 싼디아)을 1달러 정도면 살 수 있지만, 맛은 별로다. 푸석푸석하고 달지 않다. 멜론, 망고, 둘리앙, 파인애플 등 종류는 다양해서 입맛이 맞는 사람은 싼 값으로 과일맛을 즐길 수 있다. 사과(Manzana, 만싸나), 복숭아(Melocoton, 멜로꼬똔), 자두 등이 그런대로 우리 입맛에 맞는데 모두 수입산이다. 배(Pera, 뻬라)도 작고 푸석하고 맛이 없어 불고기 양념할 때나 쓴다.
채소(Legumbre, 레굼브레)도 다양하고 매우 깨꿋하게 세척 포장해서 판매하는데 우리가 먹는 상추(Lechuga, 레추가), 배추(Col, Repollo, 꼴 또는 레뽀요) 등과는 조금 모양이 다르지만, 그런대로 싼 값으로 먹을만 하다. 오이(Pepino, 뻬삐노)는 거의 호박처럼 뚱뚱하게 생겼고 맛도 아삭거림이 없이 무른데 껍질만은 질기다. 버섯(Champinon, 챰삐뇬)은 한국처럼 다양하지 못하고 양송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남미는 대부분 태평양 청정 어로해역을 가지고 있어 생선(Pescado, 뻬스까도)이 풍부할 것 같지만 이상하게 수퍼마켓에 진열된 생선 종류는 다양하지 않다. 이들은 수산물을 많이 수출하긴 하지만 스스로 많이 먹지는 않는다. FAO 1인당 수산물 소비 통계를 보면, 2007년 기준으로 한국 57.4Kg, 일본 58.6Kg, 중국 25.3Kg 등인데 반해 남미 국가들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6Kg 정도에 불과하다. 생태학적으로 어종이 다양하고 원양으로 나가지 않아도 근해에서 참치(Atun, 아뚠)를 포획해 수출할 수 있으며, 바닷가에 가면 여러명의 어부들이 배도 띄우지 않고 수심이 허리정도 차는 곳에서 그물을 맞잡아 들어올리는 원시적 어로작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항구근처의 재래시장에 가면 다양한 생선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또 한가지, 남미 수퍼마켓에서 이상한 점은 우유(Leche, 레체)가 신선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우유코너에 가면 플라스틱 용기나 종이팩에 든 신선우유(Leche fresco, 레체 프레스꼬)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곳에서는 우리나라 우유병처럼 생긴 플라스틱 용기는 모두 요구르트이다. 신선우유의 유통기한은 보통 2주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 곳은 날씨가 더워 신선우유 보다는 요구르트로 가공해서 먹는게 아닌가 싶다. 신선우유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모두 얇은 비닐팩에 볼품없이 포장되어 있고 냉장을 해도 며칠 있으면 상해서 못먹게 된다. 아마 살균 소독 절차를 엄격히 하지 않고 얼른 먹어치워야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주로 사먹는 우유는 종이팩에 진공포장한 장기유통용 우유인데 대부분 스위스 다국적 기업인 Nestle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이 우유는 냉장되지 않은 상태로 판매되며 일반우유, 저지방우유, 칼슘보강 우유 등 종류는 다양하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지방(Grasa, 그라싸)을 99% 제거한 우유를 사는 것이 좋다.
여기서 수퍼마켓 장보기의 팁 한가지. 수퍼마켓별로 주 2회정도 정기적인 할인 행사를 한다. 예를 들면 수요일은 육류세일, 금요일은 채소류 세일 등을 하는데 보통 20-25%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일하는 날 물건을 쓸어가기 때문에 일찍 장보지 않으면, 쓸만한 물건을 건지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편에는 에콰도르의 다양한 소매점들과 상품들을 전체적으로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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